카이스트 덕후들 일냈다…"100배 싼 모션캡쳐" 메타·MS도 선주문
[스타트UP스토리]최별이 무빈 대표- 2024.10.21 07:00
- 최별이 무빈 대표 /사진=김태현 기자

그동안 대형 콘텐츠 제작사를 중심으로만 활용되던 모션캡쳐 기술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. 버추얼 아티스트가 대표적이다. 버추얼 아티스트는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인터넷 방송인을 뜻한다. 모션캡쳐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집 안에서 버추얼 아티스트로 데뷔할 수 있게 됐다.
그러나 아바타처럼 정교한 움직임을 소화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. 모션캡쳐 인식 오류로 캐릭터가 화면 밖으로 튀어 나가거나 한참 뒤에나 인식되는 경우가 잦다. 무빈(MOVIN)은 오류를 최소화하면서 아바타 만큼이나 정교하게 이용자의 움직임을 가상공간에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. 모션캡쳐를 위해 몸 위에 수없이 많이 붙여야 했던 마커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.
공간·비용 한계 모션캡쳐…카이스트 '덕후'들이 모였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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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별이 무빈 대표 /사진=김태현 기자 |
무빈은 지난해 8월 카이스트(KAIST·한국과학기술원) 문화기술대학원의 컴퓨터 그래픽스 연구실 소속 연구원들이 의기투합해서 설립한 모션캡쳐 스타트업이다. 이들은 연구실 이름인 '라바'(LAVA, Lifelike Avatar and Agents)처럼 가상공간 속 아바타들의 움직임을 연구해왔다. 당시 이들이 진행하던 주요 과제는 AI(인공지능) 딥러닝을 이용한 모션캡처 기술이었다.
모션캡쳐 기술은 크게 세 가지 기술로 구분된다. 광학식, 관성식, AI 등이다. 광학식은 아바타에 사용된 기술이다. 일정 공간에 설치된 20~30여개의 적외석 카메라가 배우 몸에 붙어있는 마커의 움직임을 감지한다. 관성식은 신체가 움직이는 기울기를 활용한 모션캡쳐 기술이다. 신체 주요 부위에 부착된 장비가 움직이면 장비 내 자이로센서가 움직임을 인식한다.
광학식과 관성식은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다. 광학식은 정확도는 높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. 광학식 모션캡쳐 스튜디오를 만드는 데 10입방미터 당 10억~20억원은 든다. 관성식은 광확식보다는 저렴하지만 자이로센서 탓에 움직임이 격할수록 정확도가 떨어진다.
최 대표는 "무엇보다 광학식과 관성식은 마커나 자이로센서 등 장비를 부착해야 하기 때문에 움직임의 제한이 있다"며 "격렬한 움직임에 마커나 자이로센서 장비가 위치를 이탈하면 제대로 모션캡쳐를 하기 어렵다. 결국 후보정 작업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"고 설명했다.
라이다 센서 하나로 모션캡쳐…"확장성 커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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/그래픽=이지혜 디자인기자 |
그러나 AI 모션캡쳐라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. 우선 카메라가 인식하는 움직인은 2D(2차원)이기 때문에 평면적인 움직임만 추적이 가능하다. 최 대표는 "만약 AI 모션캡쳐로 3D 움직임을 포착하려면 여러 대의 카메라가 필요하다"며 "그러나 여러 대의 카메라가 인식한 움직임을 3D로 통합하는 게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 구입 비용도 상당하다"고 말했다.
무빈은 라이다(LiDAR) 센서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다. 최 대표는 "라이다 센서는 레이저를 활용해 물체의 정확한 3D 위치값을 파악한다"며 "이렇게 얻은 위치값을 기반으로 3D 움직임을 구현한다"고 말했다. 라이다 센서 한 대만으로도 AI 모션캡쳐가 가능하다.
라이다 센서를 활용한 무빈의 '무빈 트레이싱'(MOVIN TRACIN)의 정확도는 광학식의 90% 수준이다. 그러나 가격은 광학식의 100분의 1 수준이다. 최 대표는 "무빈 트레이싱의 또다른 특징은 실내외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다는 점"이라며 "모션캡쳐 콘텐츠 제작 이외에도 스포츠 의료 재활이나 건설 현장 안전진단 등 3D 움직임 분석이 필요한 어느 곳에도 활용할 수 있다"고 말했다.
무빈은 기술력은 이미 모션캡쳐 선진국 미국에서 인정 받았다. 올해 3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 박람회 'GDC(Game Developers Conference) 2024'에서 선보인 무빈 트레이싱 프로토타입은 큰 호평을 받았다. 글로벌 SNS(소셜미디어) 메타, 마이크로소프트(MS) 엑스박스 스튜디오, HTC 바이브(VIVE) 등 글로벌 기업 19곳에서 40여개 사전주문까지 받았다.
최 대표는 "무빈은 단순히 모션캡쳐만 하는 하드웨어 장비 회사가 아니다"라며 "고품질의 3D 모션 데이터를 보급하는 3D 모션 AI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"고 말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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올해 8월 미국에서 열린 '시그래프 2024'에서 '무빈 트레이싱'(주황색 원)을 체험 중인 참가자들 /사진제공=무빈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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